요즘 국제 뉴스를 보다 보면, 전쟁 소식보다 전쟁 영상이 먼저 도착하는 경우가 잦아졌다. 최근 이란 혁명수비대가 공개한 USS 에이브러햄 링컨 항공모함 공격 AI 시뮬레이션 영상도 그런 사례 가운데 하나다.겉으로 보면 "또 하나의 선전 영상"이다. 그러나 이 영상이 공개된 시점과 맥락, 그리고 그것이 사람들의 머릿속에 만들어내는 이미지까지 함께 보면, 이야기는 상당히 복잡해진다. 이 칼럼에서는 군사·외교적 맥락을 간단히 짚은 뒤, 위기관리커뮤니케이션의 핵심 개념인 "이미지 중심 위기 소통"을 중심으로 이 사건을 읽어 보려 한다.
문제의 영상은 이란 인근 아라비아해를 항해하는 미 해군 항공모함 USS 에이브러햄 링컨으로 시작한다. 드론 시점에서 항모 상공이 잡히고, 이란 본토에서 미사일이 발사된다. 드론이 갑판을 스치고, 고속정이 항모 주변 해역으로 몰려든 뒤, 마지막에 미사일이 선체를 관통하면서 항모가 두 동강 나는 장면이 클로즈업된다.공개 시점이 중요하다. 에이브러햄 링컨 항모전단은 실제로 1월 말부터 아라비아해에 전개 중이었고, 며칠 전에는 이 항모에 접근하던 이란 드론이 미군에 격추된 사건이 있었다. 핵협상 역시 같은 시기에 오만에서 간접 형식으로 재개된 상태였다. 미 항모 전개, 드론 격추, 협상 재개가 겹친 바로 그 순간에 맞춰 영상이 나온 것이다.군사 전문가들은 이 영상을 실제 전투 기록이 아니라, 미사일·드론·고속정 전력을 과시하기 위한 심리전 도구로 본다. 이란이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우리는 항모전단과 맞설 수 있을 만큼 비대칭 전력을 갖고 있다"이고, 미국 측은 "항모전단의 방어망은 여전히 견고하다"로 응수하는 구도다.
이 영상을 보는 시선은 세 갈래로 나뉜다. 외교관에게는 협상 파트너를 공개적으로 모욕하는 메시지, 군인에게는 "당신이 타고 있는 배도 이렇게 될 수 있다"는 불안의 심리전, 내부 국민에게는 "우리는 약하지 않다"는 자부심 회복 도구다.선전·심리전 연구에 따르면, "상징물 파괴 이미지"는 대개 두 가지 효과를 동시에 노린다. 내부 지지층의 불안과 분노를 달래면서, 상대국 국민과 군대의 심리적 비용을 올리는 것이다. 항공모함처럼 상대국 힘의 상징을 공격하는 이미지는, 실제로 격침하지 않더라도 상징만으로 강력한 메시지를 만든다.여기서 흥미로운 인물이 등장한다. 미국 투자자 빌 애크먼이다. 이란 정권을 "장기적인 실존적 위협"으로 규정해 온 그는, 이번 영상에 대해 "협상 중에 상대 항모를 침몰시키는 시뮬레이션을 공개하는 것은 최악의 전략"이라고 비판했다. 단순한 분노 표출이라기보다, "이란은 지금 이런 행동까지 한다"는 인식을 금융시장과 정치권에 다시 심으려는 행위에 가깝다.공포 호소 메시지에 관한 대규모 메타 분석들은 일관된 패턴을 보여준다. 위협이 크고 구체적이라고 느껴질수록, 그 위협을 전하는 사람이 신뢰할 만하다고 여겨질수록, 사람들은 더 강한 대응을 지지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이란이 영상으로 이미지를 만들고, 애크먼 같은 영향력 있는 인물이 그 이미지를 활용해 "더 강경한 조치"를 요구하는 구조가, 공포 메시지 연구들이 반복적으로 확인해 온 패턴과 정확히 겹친다.
이 사건을 위기관리커뮤니케이션 관점에서 볼 때 핵심 개념은 "이미지 중심 위기 소통(Visual Crisis Communication)"이다.위기 상황에서 텍스트보다 이미지와 영상이 훨씬 빠르게 사람들의 책임 인식, 분노, 불안을 바꿀 수 있다는 점은 여러 실험 연구에서 반복 확인되어 왔다. 같은 사건을 보도할 때 피해자 사진이 함께 있으면 위험 인식과 공감 수준이 더 높게 나타나고, 전쟁·테러 관련 그래픽 이미지에 자주 노출될수록 스트레스 증상과 미래 공격에 대한 두려움이 커진다는 장기 추적 연구도 있다. 전쟁 이미지에 대한 뇌 반응을 측정한 연구에서는 PTSD를 겪는 군인들이 전쟁 이미지를 볼 때 공포·기억 관련 뇌 영역에서 현저히 강한 활성화가 관찰되었다.이란의 항모 시뮬레이션 영상은 정확히 이 지점을 겨냥한다. 항모가 두 동강 나고, 갑판이 불길에 휩싸이고, 동행 함정이 함께 공격받는 장면은, 실제 전투가 아닌데도 보는 사람의 뇌에 "전쟁이 이미 시작된 것 같은 느낌"을 만든다. 텍스트로 "긴장이 높아졌다"고 쓰는 것과, 항모가 불타는 영상 한 장면을 보는 것 사이에는 감정적 격차가 있다. 이란도 그 격차를 정확히 알고 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 구조가 만들어내는 딜레마는 정부·언론·플랫폼·시민 모두에게 다른 모양으로 찾아온다.정부와 군은 지금까지 브리핑과 성명 중심으로 위기 소통을 설계해 왔다. 그러나 상대가 AI와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영상 중심 심리전을 펼치면, 텍스트 브리핑만으로는 초반 프레임을 선점하기 어렵다. 공식 발표에서 "군사 충돌 가능성은 관리되고 있다"고 설명해도, 유튜브와 쇼츠에 쏟아지는 것은 항모가 두 동강 나는 장면이다.언론도 비슷한 고민을 안는다. 그래픽한 전쟁 이미지와 자극적 제목은 클릭과 체류 시간을 늘려주지만, 반복 노출이 시민들의 스트레스와 두려움을 키우고 장기적으로는 정치적 강경론을 지지하게 만들 수 있다는 연구가 축적되고 있다. "있는 그대로 보여줘야 한다"는 보도 원칙과 "과도한 이미지 소비를 줄여야 한다"는 윤리 사이에서, 균형점을 잡는 일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플랫폼의 딜레마도 만만치 않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은 폭력적 콘텐츠를 줄이겠다고 말하지만, 알고리즘은 강렬한 전쟁 이미지와 짧은 선전 영상에 높은 노출을 부여하는 경향이 있다. 이란 영상처럼 "AI로 합성된 전쟁 영상"은 현실 기록도 아니고, 전통적 의미의 가짜뉴스도 아니다. 기존 규정 어디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가 명확하지 않다.시민에게도 선택의 순간은 찾아온다. 우리는 전쟁을 막고 싶다고 말하면서도, 전쟁 영상에서 쉽게 눈을 떼지 못한다. 연구들은 그래픽 이미지 노출이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 실제 스트레스 증상과 미래 공격에 대한 과도한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동시에 공포 메시지는 대책이 제시될 때 행동 변화를 끌어내는 강력한 도구이기도 하다. 이란의 영상과 애크먼의 발언이 정확히 그 교차점에서 만나고 있다.
여기서 반론이 가능하다. 심리전과 선전 영상은 역사적으로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냉전 시대에도 미소 양국은 핵실험 장면을 공개했고, 걸프전에서는 "스마트 폭탄" 영상이 TV를 지배했다. AI 합성 영상이라는 기술만 달라졌을 뿐, 본질은 같지 않느냐는 지적이다.타당한 반론이다. 그러나 두 가지 점에서 과거와 결정적으로 다르다. 첫째, 과거의 선전 영상은 국영 방송을 통해 통제된 채널로 유통되었다. 지금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국경과 편집 없이, 공개 수초 만에 전 세계 개인의 스마트폰에 도달한다. 유통 속도와 범위가 비교할 수 없이 넓어졌다. 둘째, AI 합성 기술의 발전으로 "실제 촬영 영상"과 "합성 시뮬레이션"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있다. 시청자가 "이것이 실제인가 합성인가"를 판단하는 데 드는 인지적 비용이 계속 올라가고 있으며, 판단이 어려워질수록 감정적 반응이 이성적 분석보다 먼저 작동하는 경향이 커진다.결국 기술이 바꾼 것은 심리전의 본질이 아니라, 심리전이 개인의 감정에 도달하는 속도와 깊이다. 그리고 그 속도의 변화가, 위기관리커뮤니케이션의 기존 규칙을 근본적으로 재설계해야 하는 이유가 된다.
이란 입장에서 이 영상은 내부 결속과 대외 억지력 강화를 노린 심리전 도구다. "우리도 미국 항모를 격침시킬 수 있다"는 이미지는 자국 지지층에게 자부심과 안도감을 주고, 미국과 동맹국들에게 "충돌하면 이런 대가를 치를 수 있다"는 경고를 던지는 효과를 기대한다.그러나 위기관리커뮤니케이션 관점에서 보면 역설이 숨어 있다. 이런 영상은 미국 내 강경 여론과 추가 제재 요구를 자극하는 소재가 되기 쉽다. 애크먼처럼 영향력 있는 인물이 이 영상을 근거로 "이란은 존재론적 위협"이라는 프레임을 강화하면, 협상 공간은 좁아지고 군사 옵션이 더 많이 거론된다.심리전에서 "우리는 물러서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주며 이기는 것처럼 보여도, 외교 테이블에서는 제재와 고립을 강화하는 결과로 돌아올 수 있다. 단기 심리전의 이익과 협상·제재·시장 신뢰라는 장기 변수 사이에서 어떤 균형을 택할 것인가. 이 질문은 이란뿐 아니라, 앞으로 위기 상황에서 영상과 이미지를 활용하려는 모든 행위자에게 똑같이 돌아간다.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들
이란의 항모 공격 AI 시뮬레이션 영상은 기술적으로 그리 새롭지 않은 합성물이다. 그러나 공개 시점과 맥락, 수용자의 심리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놓고 보면, 정부·언론·플랫폼·투자자·시민이 모두 한 화면 안에서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지고 움직이는 복합적 사건이 된다.이 칼럼을 마무리하면서 몇 가지 질문을 남기고 싶다.우리는 앞으로 전쟁 시뮬레이션 영상과 선전 콘텐츠를 어디까지 소비할 것인가. 어떤 기준으로 공유하고, 어디에서 멈출 것인가. 전쟁을 막고 싶다는 마음과 전쟁 이미지에 끌리는 마음 사이의 간격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위기관리커뮤니케이션의 관점에서 보면, 이 질문에 대한 우리의 선택이 다음 위기에서 사용될 소통 전략의 방향을 결정한다. 이란의 항모 시뮬레이션 영상은, 그 시험이 이미 시작되었다는 신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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