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12거래일 만에 외국인매수 진짜 전환일까?

멜론토끼 2026. 4. 3. 16:28

 

4월 3일, 코스피가 장 시작부터 3% 가까이 뛰었습니다. 5,387로 마감, 전일 대비 153포인트 상승입니다. 숫자만 보면 인상적인 반등입니다. 그런데 이 반등의 의미를 정확히 읽으려면, 지수보다 그 아래에서 흐르는 돈의 방향을 봐야 합니다.

외국인이 순매수로 돌아왔습니다. 12거래일 만입니다. 3월 한 달 동안 코스피에서 빠져나간 외국인 자금이 35조원을 넘었다는 보도가 있었고, 월간 기준 역대 최대 수준이었습니다. 그 흐름이 오늘 바뀌었습니다. 기관투자자도 5,000억원 이상을 순매수했습니다. 개인만 홀로 매도 쪽에 섰습니다. 정보 기반 투자자들이 사고, 감정 기반 투자자들이 파는 구도입니다. 시장 미시구조론에서 이런 패턴은 상승 신호로 해석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반전이 어디에서 시작됐는지를 경로로 따라가 보면, 출발점은 호르무즈 해협입니다. 글로벌 석유 물류의 약 20%가 통과하는 이 병목에서 개방 기대감이 형성되었습니다. 유가는 여전히 배럴당 111달러로 높은 수준이지만, 전날처럼 하루 만에 12%씩 치솟는 공포는 일단 멈췄습니다. 유가의 추가 급등이 멈추면 한국처럼 원유를 거의 전량 수입하는 나라의 경상수지 우려가 한 단계 줄어듭니다. 경상수지 부담이 줄면 원화 약세 압력이 완화됩니다. 실제로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14.5원 하락한 1,505.2원에 마감했습니다. 1,530원을 넘으며 위기감을 키우던 환율이 1,500원 초반까지 내려온 것입니다.

환율이 내려가면 외국인 투자자에게는 두 가지 변화가 생깁니다. 하나는 이미 보유한 한국 자산의 달러 환산 가치가 올라간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지금 사면 향후 환차익까지 기대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두 가지가 합쳐져 12거래일 만의 순매수 전환으로 이어졌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호르무즈에서 시작된 기대감이 유가를 안정시키고, 유가가 환율을 내리고, 환율이 수급을 바꾸고, 수급이 지수를 끌어올린 경로입니다.


다만 오늘의 반등이 추세 전환인지 기술적 반등인지를 판단하려면, 아직 바뀌지 않은 숫자들을 함께 봐야 합니다. 외국인 수급의 20일 추세를 나타내는 Z-score는 마이너스 2.95입니다. 이 수치가 마이너스 1 위로 올라와야 시장의 자동매매 시스템들이 매수 차단을 해제하는 수준인데, 12거래일 동안 쌓인 매도의 무게를 하루의 매수로 되돌리기엔 시간이 부족합니다. 체중계 비유가 적절할 수 있습니다. 어제보다 0.5킬로 빠졌지만, 한 달 전보다는 5킬로 늘어 있는 상태. 방향은 바뀌었지만 추세가 바뀌었다고 하기엔 이릅니다.

코스피 5,387이라는 위치도 마찬가지입니다. 반등폭은 인상적이지만, 20일 이동평균선인 5,503에 아직 116포인트 모자랍니다. 기술적 분석에서 현재가가 이동평균선 아래에 있으면 하락 추세로 분류됩니다. 이 선을 넘어서야 추세 전환 논의가 의미를 갖습니다. 물론 반대쪽 시각도 존재합니다. 오늘의 외국인 순매수가 진짜 방향 전환이 아니라 숏커버링, 즉 공매도 물량을 되갚기 위한 기술적 매수였을 가능성입니다. 12거래일 동안 빌려서 팔았던 물량을 되사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매수는 방향성 매수와 성격이 다릅니다. 이 경우 내일 다시 순매도로 돌아갈 수 있고, 오늘의 반등은 데드캣 바운스, 급락 후 일시적 반등에 그칠 수 있습니다.

이 둘을 구분하는 기준은 시간입니다. 외국인 순매수가 내일, 모레까지 이어지면 추세 전환의 근거가 쌓입니다. Z-score가 마이너스 2에서 마이너스 1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면 20일 추세 자체가 바뀌기 시작한다는 뜻입니다. 반대로 내일 순매도로 복귀하면, 오늘은 기술적 이벤트에 불과했다는 결론이 됩니다. 거시적 조건들도 여전히 복합적입니다. 유가 111달러는 고유가입니다. 호르무즈 개방이 기대감에서 현실로 전환되지 않는 한, 에너지 수입국인 한국의 경상수지 부담은 유지됩니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 2.5%를 여섯 번째 동결한 상태인데, 금리를 올리면 GDP 대비 105%에 달하는 가계부채의 이자 부담이 커지고, 내리면 한미 금리차가 더 벌어져 원화 약세와 외국인 이탈을 자극할 수 있습니다. 암호화폐 시장의 공포탐욕지수는 9로, 극단적 공포가 23일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위험자산 전반의 심리가 완전히 회복되었다고 보기엔 아직 이른 지표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2거래일 동안 한 방향으로만 움직이던 돈의 흐름이 바뀌었다는 사실 자체는 의미가 있습니다. 그것도 외국인 단독이 아니라 기관과 함께입니다. 환율 하락이라는 구조적 경로에 기반한 반전이라는 점도 단순한 심리 반등과는 성격이 다릅니다. 남은 질문은 결국 하나로 모아집니다. 오늘이 시작인지, 예외인지. 하루의 반전이 추세의 전환이 되려면 시간이 필요합니다. 외국인이 사흘 연속 순매수를 이어가는지, 환율이 1,500원 아래로 안정되는지, 유가가 100달러 밑으로 내려오는지. 이 세 가지가 앞으로 시장의 방향을 가늠하는 기준점이 될 수 있습니다. 그때까지 기준이 되는 숫자들이 어디를 향하는지 지켜보는 것이, 판단을 서두르는 것보다 나은 선택일 수 있는 시점입니다.